콜센터 상담원, 앵무새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
상담원이 앵무새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똑같은 말만 반복한다, 사람과 대화하는 것 같지 않다, 질문해도 대답이 정해져 있다…
이런 이야기를 콜센터 상담원에 대해 들어본 적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그런 멘트를 정해준 건, 상담원 개인이 아닙니다.
실제로 많은 콜센터 상담원들은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말해야만 하며,
조금만 말투를 바꿔도 ‘비표준 멘트’라는 이유로 감점을 받거나 피드백을 듣습니다.
고객과 직접 마주하는 직업인데, 왜 사람처럼 말하지 못할까요?
진짜 고객 응대 스킬은 스크립트가 아니라 ‘상황에 맞는 소통’에서 나오는 것 아닐까요?
오늘은 ‘상담원’이라는 직업의 현실을 통해
콜센터 상담원들이 처한 시스템의 한계와,
진짜 고객 응대 스킬이란 어떤 것인지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정해진 말만 하라는 시스템, 콜센터 상담원을 ‘사람’이 아닌 ‘기능’으로 만든다
콜센터 상담원의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모든 말이 정해져 있다는 점입니다.
고객이 어떻게 말하든, 어떤 감정을 갖고 있든
회사에서 정해준 멘트 매뉴얼에 따라 말해야만 합니다.
예를 들어 고객이
“그렇게 처리해주면 되는 거죠?”
라고 물어봐도,
상담원은
“네, 맞습니다.”
“말씀하신 내용이 맞습니다.”
처럼 매뉴얼에 정해진 말 외에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고객 입장에선 이런 멘트가 너무 건조하게 느껴지고,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 말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진짜 상담이란 정확한 정보 전달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의 감정과 상황에 맞춰 말을 조절하는 유연성도 필요합니다.
그런데 지금의 시스템은 이걸 허락하지 않습니다.
결국, 많은 상담원이 ‘앵무새’처럼 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서 일하고 있는 거죠.
진심을 전하려다 감점당한 이야기
예전에 한 통화에서, 고객이 이렇게 물었습니다.
“그렇게 하면 되는 거죠?”
저는 고객의 말에 공감도 담고 싶고, 좀 더 따뜻하게 응대하고 싶어서
“아유~ 그럼요 고객님!”
이라고 대답했어요.
그 한 마디로 고객은 웃으면서 “고맙다”고 했고, 통화는 아주 좋게 마무리됐습니다.
그런데…
평가표에서는 ‘정중하지 못한 표현’으로 감점.
그날 교육자는 말하더군요.
“표준 멘트를 벗어난 표현은 쓰면 안 됩니다.”
순간 굉장히 허탈했습니다.
고객은 웃었는데, 시스템은 감점했습니다.
이게 지금 많은 콜센터 상담원들이 겪고 있는 현실입니다.
형식에 갇힌 상담 – 멘트도 ‘개수 제한’이 있다?
제가 일했던 콜센터 중 한 곳은
통화 중에 반드시 표준 멘트(예: “네~ 맞습니다”, “네~ 그렇습니다”)를 2~3개 이상은 넣어야 한다는 룰이 있었습니다.
“무조건 두세 번은 넣어야 해요.”
“말 자연스러워도, 멘트 수 모자라면 감점이에요.”
그뿐만 아니라, 이 멘트들을 고객 말이 끝나는 정확한 타이밍에 맞춰서
절대 겹치지 않도록 “딱” 끼워 넣어야 했죠.
그래서 상담원들은 통화 내내 상대방 말 끊지 않으면서도,
어떻게든 멘트를 몇 개 더 넣을 수 있는 타이밍을 재고 또 재며 말해야 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네, 맞습니다.”
“그렇습니다 고객님.”
이런 멘트가 통화 흐름상 안 들어가도
점수 때문에 억지로라도 끼워 넣어야 하는 구조였어요.
결국 상담 내용보다 멘트 점수 챙기는 게 더 중요해지는 아이러니.
진심은 흐트러지고, 대화는 연기가 되어갑니다.
사람처럼 말하면 왜 감점받는가?
상담원이 ‘앵무새’처럼 된 건 단지 무성의해서가 아닙니다.
회사 매뉴얼이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기준이 필요한 건 맞습니다.
하지만 그 기준이 너무 ‘형식’에만 집중되어 있다면
고객과의 대화는 점점 진심이 빠진 낭독이 됩니다.
“네~ 맞습니다.”
“말씀하신 내용이 맞습니다.”
이런 말도 괜찮지만,
“물론이죠~ 고객님!”
“정확하게 이해하셨어요!”
처럼 표현의 온도를 담을 수 있는 말들도 충분히 쓸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럼에도 콜센터 상담원은 어떻게 말해야 하는가?
어떤 시스템 안에서도, 결국 상담은 ‘사람 대 사람’의 대화입니다.
정해진 멘트를 사용하되, 말투, 억양, 공감의 포인트는 조절할 수 있습니다
- 같은 멘트라도 따뜻한 억양으로 전달하기
- 고객 말에 진심이 담긴 호응(“아하~”, “아~ 예예”) 사용하기
- 불가피하게 거절할 때도 표현을 바꿔가며 설명하기
- 완벽하게 도와드릴 수 없을 때도 성의와 노력의 태도 보여주기
이런 부분은 아무리 매뉴얼이 정해져 있어도,
‘사람답게 말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가능한 영역입니다.
직업의 90%는 상담이다 – 진짜 통(通)하는 상담 기술
“결국은 다 상담이더라고요.”
직업이 뭐든, 일을 하다 보면 결국엔 누군가와 이야기하게 됩니다.
보험, 부동산, 병원, CS, 교육, 세일즈… 심지어 스타트업 대표도 상담의 연속이죠.
하지만 이 ‘상담’이라는 게, 단순히 말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진짜 통하는 상담,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대화에는 ‘고객 응대 스킬’이라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오늘은 제가 현장에서 직접 겪고, 몸으로 익힌 실전 상담 스킬과
‘고객 응대 스킬’의 진짜 핵심이 무엇인지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주어 없이 말하는 고객, 이럴 땐 이렇게
“그거 어떻게 돼요?”
“예?”
“그거요, 아까 말했잖아요.”
“OO 말씀하시는건가요? 네! 아까OO라고 말했자나요!!!
상담하다 보면 이런 경우 정말 많죠. 고객은 자기 머릿속에서는 충분히 설명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핵심 내용이 빠진 경우가 많습니다.
대응 팁:
고객이 주어 없이 말할 땐 앵무새처럼 되물어 주세요.
“그거 어떻게 돼요?”
→ “그거 어떻게 되냐는 말씀이 어떤 내용 말씀하시는 걸까요?”
이렇게 되묻는 방식으로, 고객이 스스로 자기가 불명확하게 말했음을 인지하게 됩니다.
물론 말투는 중요합니다. 정중하고 진지한 어조, 전문적인 톤을 유지하세요. 날카롭거나 톡 쏘는 느낌은 절대 금물입니다.
화가 난 고객, 진심은 ‘호응’에서 드러난다
“네~네~네~네~네~”
이렇게 단조로운 반응은, 오히려 무관심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호응법의 포인트는 다양성입니다.
- “아~ 네”
- “아하~”
- “음~”
- “아유, 예예~”
이런 식으로 리액션을 바꿔가며 듣는 것만으로도,
고객은 “아, 이 사람이 진짜 내 말을 듣고 있구나”라고 느낍니다.
또한, 저는 “우리 고객님”이라는 표현도 자주 씁니다.
‘우리’라는 단어가 주는 심리적 친밀감은 의외로 강력합니다.
욕설·격한 감정, 일단 ‘쉬고’ 다시 전화하라
도저히 감당 안 될 정도로 욕하고 소리 지르는 고객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감정적으로 맞받아치지 말고,
일단 한 템포 쉬고 끊었다가 다시 전화하세요.
“고객님, 확인 후 금방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고객의 감정은 가라앉는 경우가 많고,
그 다음 통화에서는 훨씬 차분한 대화가 가능합니다.
거절은 반복하지 마라 – ‘다르게’ 말해줘라
요구를 들어줄 수 없을 때 무작정
“그렇게 처리해드릴 순 없습니다.”
만 반복하면 고객은 점점 더 불쾌해집니다.
이럴 땐 같은 거절도 다른 표현으로 바꿔주세요.
- “말씀하신 내용으로는 어렵습니다.”
- “해당 내용으로는 지원이 불가능합니다.”
- “현재로서는 도와드릴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최소한의 성의 표시입니다.
고객한테 당신이 요구하는사항에 대해선 내가 정확히 알아들었습니다 를 먼저 인지시켜주는것이 중요합니다
“고객님께서 원하시는 건 000이시잖습니까~.
지금으로서는 방법이 없습니다만, 제가 한번더!! 고객님 편에서 다른방법없는지 꼼꼼하게!알아보겠습니다.
딱 10분만 시간 주시면 제가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이런 멘트는 단순한 거절이 아니라 ‘함께 노력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그리고 정말 방법이 없다면, 약속 시간 전에 직접 전화해 결과를 설명하세요.
“고객님 제가 정!~말 최선을 다해 확인했습니다만 아~하, 도!~저히 방법이 없었습니다.
도와드리고 싶었는데… 제 마음도 너무 아쉽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90%는 수긍합니다. 성의 있는 사람은 통하게 되어 있어요.
억양은 설득의 힘이다
상담에서 억양은 단순한 감정 표현이 아닙니다.
억양은 ‘내가 얼마나 진심인지’ 보여주는 증거예요.
- “정말 죄송합니다.” → 정!!~말 죄송합니다.
- “제가 확인했습니다.” → 진!!~짜 최선을 다해 확인했습니다.
이 강약 조절 하나로, 고객의 마음은 달라집니다.
같은 말도 어떻게 말하느냐가 전부입니다.
시간 약속, 신뢰를 만든다
“언제까지 연락 줄 거예요?”
“빨리 연락 주세요!”
이런 고객 요청에 무조건 시간 약속하지 마세요. 지키지 못할 시간 약속은 신뢰를 깎습니다.
“말씀하신 시간은 확신이 어렵습니다.
제가 예상할 수 있는 확실한 시간은 ‘딱! 1시간’입니다.
그 안에 무!조건! 연락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으면 중간에 전화하세요.
“고객님 기다리실까봐 먼저 전화 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알아본 내용은 이러하고, 추가로 더 알아보는 중입니다.
조금 더 시간 주시면 진행 상황 계속 공유드리겠습니다.”
이 한 마디에 고객은 마음이 풀립니다.
성의는 통합니다. 무조건.
상담은 기술입니다.
하지만 그 기술은 사람을 대하는 진심에서 나옵니다.
말을 예쁘게 하려 하기보다,
정확히 이해하고, 정확히 전달하고, 진심을 얹는 말을 하세요.
그러면 분명히, 어떤 직업을 하든
당신은 ‘상담 잘하는 사람’으로 기억될 겁니다.
실수했을 때, 덮지 말고 인정하는 것이 진짜 응대다
상담은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사람이 하는 일에는 실수가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많은 상담원들이 작은 실수를 은근슬쩍 덮으려 합니다.
문제는 여기서 생깁니다.
그걸 고객이 눈치챘을 때, 실수보다 더 큰 분노가 생깁니다.
“실수한 건 괜찮은데 왜 말을 안 했어요?”
“그냥 내가 또 전화하게 만들었잖아요!”
고객의 성향에 따라 조용히 넘어가 주는 분들도 있지만,
진짜 잘못 걸리면 며칠 동안 고달픈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나의 원칙: 실수했으면 깔끔하게 인정하고, 복구 계획까지 말하라
저는 상담 중에 내가 실수해서 고객이 전화를 한 통 더 하게 됐다?
그것만으로도 고객은 피해를 본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바로 이렇게 사과합니다:
“고객님, 요청하신 업무가 000인데
제가 실수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입이 열!~ 개라도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이 문제를 복구하기 위해 지금부터 이러이러한 절차를 진행하겠습니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한!~ 번만 이해해주신다면
다시는 같은 실수 반복하지 않도록 주의, 또 주의해서 업무처리하겠습니다.”
정직하고 깔끔한 사과는 감정을 다독이고, 신뢰를 회복하는 데 가장 빠른 길입니다.
전화기 너머라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저는 늘 마음으로는 컴퓨터 책상에 머리 박고 빌고 있는 마음으로 사과합니다.
그게 사람이 하는 상담의 기본이라고 믿습니다.
상담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상담이라는 일은 매뉴얼만으로 되는 게 아닙니다.
정해진 멘트를 외우고, 타이밍을 재며 말하는 것만이 상담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실수도 하고, 긴장도 하고, 때로는 진심을 전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
그게 상담원이고, 그것이 상담이라는 일의 본질입니다.
전화기 너머로 고객의 말 한마디, 호흡 하나에 귀 기울이고,
진심을 담아 듣고 말하려는 그 순간이야말로 상담의 ‘기술’이자 ‘마음’입니다.
콜센터 상담원도, 누군가의 가족입니다
상담 중에 아직도 기억에 남는 일이 하나 있습니다.
한 고객님이 전화를 주셨고, 관련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저는 절차상 질문을 드려야 했습니다.
“이 업무를 처리하시려는 사유가 어떻게 되시나요?”
잠시 침묵이 흐른 후,
그분은 조용히 이렇게 말하셨습니다.
“자녀가… 사망했습니다.”
그 말이 끝나자, 그 아버지의 흔들리는 음성이 제 마음을 찢어놨습니다.
말을 이어가시는 동안 저는 눈을 크게 뜬 채,
눈물을 뚝뚝 흘리며 상담을 계속했습니다.
혹시라도 제 목소리에 떨림이 묻어
고객이 제 눈물까지 느끼게 된다면, 더 아프게 할까 봐
저는 온 힘을 다해 평정을 유지하려 애썼습니다.
마지막에는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자녀분의 명복을 빕니다, 고객님.”
마지막에는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콜센터 상담원은 앵무새가 아닙니다. 우리는 사람입니다.
상담원은 정해진 멘트를 반복하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감정이 담겨 있습니다.
누군가는 무심코 던진 말에 상처받고,
누군가의 사연에 눈물 흘리기도 합니다.
감정노동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상담원 보호를 위한 공식 지침은
**고용노동부의 감정노동 종사자 건강보호 가이드라인**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우리도 누군가의 딸이고, 아들이고, 부모이기도 합니다.
상담원도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단순한 “직업”이 아닌 “사람”으로 봐주시길 바랍니다.
앵무새처럼 말하는 게 아니라, 사람처럼 말하고 싶습니다.
그게 상담원이 하고 싶은 진짜 상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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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사람의 역할이 필요한 직업은 무엇인지 함께 정리해둔 글입니다.